인사청문회는 통과의례인가? 화성시의회 실효성 논란

검증 없는 채용, 시민 신뢰 잃은 청문회 결과

지난해 12월 23일, 화성시문화재단 대표이사 후보자 안필연 씨의 인사청문회가 화성시의회에서 열렸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는 최종 채용되었으며, 이에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검증보다는 통과의례에 그쳤다는 지적이 거세다.

화성시의회 청문회에는 이용운 위원장, 조오순 부위원장을 비롯해 8명의 의원이 참여해 후보자에 대한 질의를 진행했으며, 채택 의견서를 확정했다. 

화성시의회 전경© 화성투데이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 중 하나는 후보자의 지역 이해도 부족이었다. 조오순 부위원장이 화성시의 동서 균형발전에 대해 질문했을 때, 안 후보자는 남부 지역을 "친환경 농업 지역"으로 잘못 이해하고 답변을 이어갔다. 이에 조 부위원장은 “후보자님, 남부가 친환경농업이 아닙니다. 어디를 말씀하시는 건가요?”라며 강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후보자는 “제가 잘못 이해했습니다. 더 공부하겠습니다”라는 어정쩡한 답변으로 넘어갔다.

김상수 의원은 화성시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축제와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물으며 “화성시 4대 축제를 알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했다. 후보자는 “뱃놀이축제와 정조효문화제”라며 일부만 언급했으며, 김 의원은 “문화재단 대표가 되려면 4대 축제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문학 강좌와 센터 운영에 대한 질문에도 후보자는 “기존 제도를 평가해보고 반응이 좋지 않은 강좌는 재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은진 의원은 후보자의 학력과 경력 사항을 질의하며, 도시디자인과 조경 전공의 구체성을 물었다. 이에 후보자는 “조경은 전공이 아니라 수업으로 들은 것”이라고 답변하며, 자신이 제출한 경력에 모호한 표현이 포함되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어 이 의원은 “왜 전공이 아닌 내용을 주요 이력으로 기재하셨나요?”라고 묻자, 후보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행정 인사담당 전문가 조민수 씨(가명)는 이번 청문회를 두고 “인사청문회는 단순히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이번 화성시의회의 청문회는 그 본질을 훼손한 형식적인 절차로 보입니다.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은 큰 문제입니다”라고 평가했다.

화성시민 박영희 씨(45)는 “청문회를 지켜보며 후보자가 화성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부족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시의회가 이런 과정을 통해 대표를 임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는 채용이 확정되었다. 이번 청문회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이사 후보자가 지역 이해 부족과 준비 부족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후보자를 검증하는 데 실패했다. 이는 화성시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실효성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행정부에서 요청하는 산하기관장들의 인사청문회는 이제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청문회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도덕성과 전문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자리여야 한다. 이번 사례는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화성시의회는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인사청문회 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무기력한 검증은 공직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해칠 뿐 아니라, 시민들로부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제는 진정성 있는 검증을 통해 공공기관장이 화성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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