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화성시 및 인근 지자체에서 매송면에 종합장사시설인 ‘함백산 추모공원’을 건립하면서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는데, 이 기금의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다. 기금은 무려 총 395억원 규모로 유치지역인 숙곡리에 100억원, 주변 지역에 145억원, 매송면 전체에 150억원이 책정되었다. 이날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조례에 따라 구성된 주민협의체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거부당한 숙곡리의 일부 주민들이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이 날이 처음이 아니라 꽤 오래되었다. 화성시와 화성시의회에도 거듭 하소연을 했으나 제대로 개선되지 않자 지난 2022년에 화성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화성시의 패소로 마무리되었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원의 상식적 판단이 나왔다면 이제 다 끝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응당 이행해야 할 화성시의 조치가 여전히 미적거리자 기자회견에까지 나선 것이다.
갈등의 기간이 오래된 만큼 이들의 제기에 그간 언론이 모두 침묵했던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에 취재와 보도도 있었다. 문제는 그 기사들 대부분의 제목과 논조가 ‘돈 앞에 주민들간의 싸움’이라는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과연 이 사건의 본질이 ‘주민들 간의 싸움’일까? 숙곡리에 1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다발이 떨어지자 이를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달려든 주민들 간에 빚어진 천박한 갈등이 사건의 본질일까? 그렇다면 해법은 주민들에 대한 계몽과 교화여야 하지 않겠나? 숙곡리 뿐 아니라 화성시 서부지역 곳곳에는 각종 개발과 이권에 대한 주민지원기금이 마련되고 이의 용처를 둘러싼 갈등도 심심찮은데, 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착하고 바른 주민’으로 선도하는 것이면 되는 것일까?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언컨대, 법정으로까지 치달은 주민들 간의 갈등을 묵인·방조·조장한 것은 분명히 화성시다. 주민지원기금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조례에 의거하여 구성된 주민협의체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가 명백히 화성시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 또한 서로를 대상으로 한 법적 공방이 아니라 화성시를 대상으로 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거슬러 복기해보면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중간 중간에 충분히 있었다. 첫째, 처음 조례에 따라 주민협의체를 구성할 때부터 화성시는 해당 전체 주민들에게 조례의 취지와 내용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조례의 취지와 명시된 기준에 반하여 일부 주민을 배제하는 식의 협의체가 구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협의체가 구성된 직후부터 배제된 주민들이 제기하는 호소와 민원에 대하여 즉각 귀를 기울여 시정했어야 했다. 이들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고 합리적이었으나 화성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현 협의체가 더 다수라는 점을 넘어, 이른바 지역에서 방귀깨나 뀌는 유력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관과 일상적으로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짐작한다. 셋째, 그럼에도 법적 공방까지 가게 되어 결국 올해 1월 주민들이 최종 승소하고 화성시가 패소했을 때 화성시는 곧바로 시정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차일피일 협의체에 공문을 보낸다는 둥 또다시 미적대다가 이번에는 다시 협의체의 소 제기로 재판에 서게 될 판이다.
여기서 제기하는 화성시에 대한 비판은 그대로 화성시의회로도 이어져야 한다. 언제나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기본 책무로 하는 시의원들이, 그러자고 국민의 세금으로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는 시의원들이, 모두 25명에 이르는 의원들 중 단 한 사람도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 행정과 관을 상대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일반 시민이 나서는 것과 시의원들이 나서는 것이 정말로 천지 차이라는 것을!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생계로 바쁜 와중에서도 자료를 찾고 소송을 준비하는 그 전 과정에 관심을 기울인 의원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분노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현재 매송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유발 주범은 주민들이 아니라 화성시다. 정확히 원인을 찾아야, 마치 지금도 주민들 간의 천박한 갈등에 뒷짐지고 점잖은 척, 한 발 떨어져 있는 척하는 화성시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적극적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
이미 주민들은 한 마을에서 서로 얼굴을 보기도, 인사를 나누기도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나빠지고 격화되었다. 그러나 주민들께도 충분히 말씀드렸다. 서로의 책임이 아니니 서로 미워하지 마시고 행정의 책임을 공동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그것이 이후 사태가 수습되고 해결된 다음에도 한 마을에서 다시 오순도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도라고.
기자회견장에서 이번 일과 관련하여 억울함을 호소하던, 없는 살림에 몇 푼의 주민지원기금이 나온다기에 집수리까지 한 가난한 세입자가 끝내 한 푼도 못 받고 나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했다는 그 호소가 귓가에 맴돈다. 행정이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이렇게 국민들이, 일반 서민들이 서로 소모적인 갈등에 빠지고 무척 힘겨워진다.
#함백산추모공원주민갈등 #화성주민갈등 #함백산주민지원금 #함백산관련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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